“그러니까, 함부로 밀어내지 말아요.” 모든 걸 잃은, 아니 복원하고 싶은 여자, 송은재. 모든 걸 가진, 아니 줄 수 있는 남자, 한태준. 송은재를 알게 된 건 형이 죽은 날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절었다. 발레를 시작한 소녀가 첫 스텝을 밟는 것처럼 경쾌하고 귀엽게. 그때까지만 해도 한태준은 몰랐다. 그녀의 진짜 이름도, 그녀의 몸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과거도, 그가 제 손으로 도굴해낸 진실 앞에서, 엎드려 빌게 되리라는 것도. *** “그러니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고 배워야겠죠.” 남자는 나긋한 미소 한번 짓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떤 남자이고, 은재 씨는 어떤 여자인지.” 고개를 숙인 한태준은 은재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쳐놓고 속삭였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서로에게 손댈 수 없도록 말입니다.” 오직 두 사람만이 함께이길 원했던, 단 하나의 바람. Alone,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