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과 새엄마가 붙어먹었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태강과의 결혼. 하지만 그 모든 건 새엄마와 짜고 친 연극이었다. 그것을 알게 되어 이혼을 통보한 그날, 이수는 태강의 차에 치여 죽었다. 그렇게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신부님, 눈 뜨세요.” 눈을 떠 보니 결혼식 날로 돌아왔다. 이수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 쥐면서 결심했다. 자신을 배신하고 속여 온 두 사람에게 지옥을 선사하겠다고. “뭐든 할게요. 지금 당신이 제 손 잡고 여길 나간다면요.” “뭐든 하겠다니,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당신도 원하는 걸 말해요.” “구 남친 역할이 끝나면 결혼합시다. 기간은 6개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문정혁 대표와 계약하게 된 이수.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럼 이제부터 난 한이수 씨 구 남친이네요.” 줄곧 날이 서 있던 남자의 시선이 부드럽게 조여들면서 이수를 옭아맸다. “당신을 못 잊고 훔쳐 올 만큼 집착하는.” *** "장난 그만해요. 문정혁 씨." 이수가 발끈하자, 정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미간을 구겼다. "당신 복수를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 했으면서 나와의 계약은 장난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결혼 생활 대충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수는 정혁이 단지 집안의 압력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결혼을 하려고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혁은 이것이 진짜 결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난 당신하고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함께 일어날 겁니다. 물론 밤에는 뜨거울 거고……“ 그 말에 이수의 눈이 금세 쏟아지기라도 할 것처럼 휘둥그레 커졌다. "부부 관계도 하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