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의 끝은 이혼이었다.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 지윤준은 갑 그리고 나는 을. 나 백이연, 나름 노력했었다. 이왕 한 결혼이니. 잘 살아보리라 신께도 맹세했다. 타고난 기질을 숨기고 얌전,조신 그렇게 살았다. 사랑 구걸하면서. 그런데 지윤준, 이 인간은 철저히 무시했지. 2년간 사랑없는 결혼이라, 헤어질 때 어찌나 홀가분하든지. 그랬는데 지윤준이 찾아왔다. 미친 놈이 되어서. “우린 부부지.” “무슨 헛소리예요? 부부였죠. 이혼한지 2년. 기억 안 나요?” “그래. 기억 안 나. 기억을 잃었거든.” “그래서 내가 와이픈줄 알고 있어요? ” “우리가 이혼을 했던가?” “진짜 기억 안나요?” “그래. 당신과 내가 부부라는 것만 기억해.” “그럼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도 기억 안 나요?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였던 거.” 이연은 보았다. 지윤준의 눈썹이 꿈들거리는 걸. 그는 늘 당황할 때 그런 표정을 지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손 내밀고 여보라고 불러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