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버지의 베인 목을 들고, 남편이 돌아왔다. 절대로 살아 돌아올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내 양아버지는 내 남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힘없는 평민 고아인 나와 결혼시켰고, 남편에겐 독을 먹였고, 종국엔 그 먼 전쟁터로까지 보냈으니까. 하지만 결국 살아 돌아왔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 또한 그를 옭는 족쇄였으니, 결국 같이 사라질까. “죽일 생각은 없어.” 침대 위에서, 벌벌 떠는 나를 보며 남편이 고개를 기울였다. “부인은 당분간 이곳에 있어야 해.” “부인으로서요?” “그래.” ……뭐? “대신 부인으로서 ‘기능’하길 바라는 기간은 정말 짧을 테니까. 그땐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조건으로 풀어주지.” 나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그저 고개를 끄덕일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