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우리 전하 스토커지?” "제가요? ...제가 누군지 아시나요?" 매일이 겨울인 척박한 지역에 자리 잡은 발티온 성. 그곳에 기억을 잃은 여자가 나타난다. 이곳까지 찾아온 목적도,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단 하나 기억하는 건, 쓰러질 때 은빛 털의 짐승을 보았다는 것뿐. 발티온 성의 주인이자 은여우 수인인 에반은 자신의 비밀을 아는 듯한 여자를 의심하며 곁에 두고 지켜보기로 한다. 한편 '엘리'라는 이름을 받은 그녀는 기똥찬 요리 솜씨와 특별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하고, 엉뚱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에 에반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하는데. *** 잠결에 품에 있을 은여우를 쓰다듬으려던 엘리의 손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더듬, 더듬. 뭐지, 이거? 사람 등? 엘리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앞의 오뚝한 콧날에 긴 속눈썹을 가진 은발의 남자는……. ‘에, 에, 에반 전─?’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다 못해 번쩍이는 에반의 잠든 모습을 보며 엘리가 파르르 떨었다. ‘왜 벗고 계신 건데요!’ 우, 우리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저만 모르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