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는 척만 해 주면 돼. 당신 같은 여자한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3년 전, 이혼을 끝으로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전남편이 나타났다. 치 떨리게 뻔뻔한 모습마저도 여전한 정도현은 계약 연애를 제안, 아니 강요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 “좋다고, 해 보자고 하겠지. 무시하기 힘든 보상이 있으니까.” 해원의 목숨 같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도현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계약은 계약일 뿐인데, 해원을 보는 정도현의 눈빛은 늪처럼 깊고 짙어져만 간다. “지해원, 하나도 안 변했어. 사람 미치게 하는 것까지 똑같아.” 흔들리는 해원은 그 계약에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늘 무감했던 그가, 어째서인지 그녀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뭐든지 할게. 뭐든지 할 수 있어.” “…….” “지해원이 아니면 안 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