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 마흔다섯 살 대학 철학 시간 강사. 겉으로는 유머 있고 차분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예민한 남자다. 남들의 작은 표정, 말투, 향기 하나에도 흔들리고, 가끔은 배려 깊은 사람처럼, 가끔은 집착이 심한 사람처럼, 또 어떤 때는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처럼 보인다. 그만큼 늘 오해 속에 살았고, 사랑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는 소개팅 자리에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눈앞의 그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떤 순간에는 첫사랑 해린이 겹쳐지고, 어떤 순간에는 은서의 미소가 떠오르며, 또 다른 순간에는 지안의 말투가 겹쳐 보인다. 정말 나를 이해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또다시 민감하게 착각하고 있는 걸까? 민유의 눈앞에서, 과거의 여자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그의 민감함은 저주일까, 선물일까. 그리고 이 낯선 만남은 또 다른 실패로 끝날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