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당신은 저와 같이 근무 수칙을 우습게 보지 말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는 한, 빨리 이 저택을 떠나시고 근무하시는 내내 모든 수칙을 지키십시오.」 「<로제피나 가문의 근무 수칙> 제3항. 한밤중 피아노 연주가 들린다면, 그곳으로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본능처럼 입안의 여린 살을 깨물며, 침착하려던 그때. [어. 디. 있. 는. 거. 야?] ‘그것’의 목소리가 피아노 연주 소리를 비집고 들려왔다.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아래층으로 와.] [네 먹이는 우리 앞에 있어.] [해가 떠오르기 전에 어서 이곳으로 와.] 이번엔 벽면을 가득 채운 초상화 속의 ‘그것’들이 키득거리며 웃다가 조언을 시작했다. [거. 기. 있. 다. 고?]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것’에게 발각된 이상,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이런 말 할 주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으로 조언하겠습니다. 살고 싶다면, 제물을 선택하세요. 수칙을 지키더라도 위험은 반드시 따라올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당신들을 대신해 ‘그것’에게 희생될 사람을 선택하십시오.」 문장을 다 잇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찾. 았. 다.] ‘그러니 부디 살아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