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것.” 늘 들어왔던 말이었다. 강 회장의 숨겨진 입양아, 강이서. 열세 살 때부터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했던 그녀는 그저 식모에 지나지 않았다. “은혜인 줄 알면 가서 제대로 해.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 그녀에게 온 첫 번째 기회, AH그룹 장남과의 결혼. 친딸 강은채를 대신해 개망나니에게 팔려 가는 신세였지만, 이서에겐 진짜 딸로 인정받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기회 있을 때 챙겨 드세요. 피죽도 못 먹게 생겨서는.” 형식적인 맞선 자리. 귀공자 같은 외모를 한 망나니는, 어쩐지 이서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원래 직원 시키는 겁니다.” “…….” “이런 데 오려면 하나하나 제대로 배우고 왔어야지.” 그리고 그의 말에서, 그녀의 정체는 밝혀졌고 이 선은 파투가 났구나 생각했을 때. “기다려요. 내가 당신 데려갈 때까지. 꼼짝 말고 그 자리에 있어요.” 그가 이상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마치 앞으로 그녀가 겪을 일을 예고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