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황후와 바람이 났다. 그래도 괜찮았다. 병든 엄마가 이 사실을 알아 버리고, 아빠와 황후가 차례로 엄마를 겁박하기 전까지는. “나도 갑자기 죽어버릴 줄은 몰랐구나. 네 엄마가 이렇게 심약한 사람이다.” 차갑게 식은 엄마의 몸 앞에서 아비라는 작자가 뻔뻔히 말했다. “부모님 문제로 날 너무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곧 가족이 될 사이잖아?” 날 며느리 삼겠다는 황후는 단란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다들 미친 게 분명하다. 미친놈들에게는 미친 복수로 대응해야 마땅한 법. “저와 결혼해 주세요, 황태자 전하.” 황후의 아들과 결혼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