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악령에 빙의했다. 처음에는 살인마를 도와 게임 속 생존자들을 모두 죽여야 탈출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좋았어. 히힛, 죽어! 못생긴 인간!” “꺄하하. 그걸로 나 때리게? 때려 봐! 때려 봐!” 그렇게 유치한 연기까지 해 가며 겨우 악령의 능력을 이용해 인간에게 빙의하고, 생존자들을 살인마 바실레온 앞에 갖다 바쳤더니…. “…내가 인간 남자한테 빙의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살인마 주제에 까다롭게 구네. *** “이브. 가지 마.” 그런데 어째선지, 갈수록 집착이 심해지는 것 같다? “나는… 네 온기를 느끼고 싶어.” “바실레온. 나는 악령이야. 우리는 영원히 닿을 수 없어.” “…그럴 리 없어.” “…….”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어느새 바실레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지금까지 여러 번 대화를 나누고 눈빛을 공유했지만 여전히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도 없는 너와 나. 그래. 우리는 닿을 수 없는 인간과 악령이니까. 분명 그런 줄만 알았는데…. “안아 줘.” “…나는 너를 안을 수 없어. 하지만, 이런 것이라도 괜찮다면.” 그가 나를, 정확히는 허공을 끌어안았다. 이상했다. 닿을 수 없는 건 분명한데. 그런데도 그와 나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