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혼에 찬물을 끼얹고, 내가 이용하기 쉽고,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꺼져 줄 수 있는 여자." "그게 저라는 거죠." "최고지." 서한그룹 후계자 서이헌이 원하는 건 까다롭게 굴지 않을 완벽한 마리오네트였다. 개처럼 네발로 기라고 하면 꼬리까지 흔들어 줄 여자. 거기다 그가 무너뜨리고 싶은 남자의 사생아이자 약혼녀의 이복언니라니…. 약혼을 지저분하게 깨트리기에 한세일보 기자 정빈만 한 적임자는 없을 터였다. "사람 잘못 보셨고요. 차라리 더러운 짓을 시키면 했지,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더러운 짓 좋죠. 그럼 뭐 여기서 한번 뒹굴든지." 지나치게 모욕적인 말에 불쾌함을 참을 수가 없어 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헌은 자기 허벅지 위로 올라타 보라는 양 탁탁 두드렸다. "할 수 있겠어요?" 꽉 조여 있는 타이를 한 손으로 느슨하게 풀며, 낮게 깔리는 이헌의 목소리가 빈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