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가난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가난이 대물림되어 사랑하는 아이의 삶마저 옥죄는 순간, 그것은 가혹한 비극으로 변모하곤 합니다. 자식을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 윤리의 경계를 넘어선 한 어머니의 파격적인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말없이 행동으로 모든 사랑을 증명하며 살아온 평범하고 강인한 엄마의 모습.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거대한 재벌가의 은밀한 비밀을 가장 깊숙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집사입니다. 부(富)와 신분, 혈연이라는 굴레와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들이 정교하게 얽히고설킨 하나의 거대한 ‘인형의 집’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부여된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쌓아 올린 거짓의 성은 두 아이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순간, 가장 견고하다고 믿었던 그 ‘인형의 집’ 밖으로 진실이라는 날카로운 파편이 반드시 튀어나올 것임을 예고합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묻습니다. 부모의 간절한 선택은 과연 자식의 인생 어디까지를 책임질 수 있는가?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그 어떤 죄도,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과 모성애의 이중성, 그리고 상처와 집착, 배신을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함께 탐구하고자 합니다. 줄거리 세상의 모든 엄마와 다르지 않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50대 초반의 엄마 또한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식을 향한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묵묵하고 강인한 존재입니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경제력이 없는 남편에게 단 한 번도 잔소리 한번 하지 않는 속 깊은 그녀. 재혼 가정의 현실 속에서도 핏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를 제 품에 안아 키워내며 집안의 든든한 중심축으로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엄마의 말이라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고 따릅니다. 하지만 가족 중 그 누구도 엄마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얼굴, 그 서늘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엄마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 회장 저택의 집사. 주인을 모시는 순간에도, 수많은 하인들을 지휘하는 때에도, 그녀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항상 차분하고,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서서 주인의 그림자처럼 존재하며,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비밀을 온몸으로 감싸고 있는 듯한 얼굴. 그 비밀은 한 가정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강력하고 잔혹합니다. 엄마는 자신의 친딸에게만은 가난의 고통을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간절한 염원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자신이 그림자처럼 모시는 재벌가의 딸과, 자신의 친딸을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던 그 운명의 밤 이후, 엄마의 친딸은 재벌가의 호화로운 ‘가짜 딸’로 자라나고, 재벌가의 친딸은 엄마의 품에서 넉넉지 못한 ‘가짜 딸’로 살아가게 됩니다. 완벽하게 숨겼다고 굳게 믿었던 진실은 얄궂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되었던 이 거대한 거짓은 예측할 수 없는 욕망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집착과 배신이라는 잔혹한 감정으로 점차 변질되어 갑니다. 두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치 인형처럼 운명에 의해 조종당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고, 엄마와 딸의 본질적 관계가 혼란에 빠지며, 주인과 하인의 질서가 뒤섞인 인형의 집이 처참하게 붕괴될 날이 가차 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모든 파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는, 이 비극의 서막을 열었던 어머니가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