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사랑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깊이 남겨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잃은 여자의 복수가 아니라, 사랑을 통과한 여자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한 여자는 모든 것을 빼앗겼다. 남자도, 우정도, 그리고 갓난아들도. 그러나 빼앗긴 것보다 더 큰 것을 그녀는 품고 있었다. 바로 스스로를 지켜낼 힘과, 다시 사랑할 용기였다. 세상은 말한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더 이상 로맨스를 꿈꾸지 않는다고. 현실에 순응하고, 모성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묻고 싶다. 어머니가 된 여자는 더 이상 사랑을 갈망해서는 안 되는가. 청춘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정말 이기적인 환상일 뿐인가. 불같이 사랑했던 첫사랑을 다시 마주한 순간, 여자는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묻는다. “사랑은 지워지는가, 아니면 형태만 바뀔 뿐인가.” 이 이야기는 잊은 척 살아온 여자와, 잊지 못해 갇혀 있던 남자가 8년 만에 다시 만나는 순간 시작된다. 줄거리 서른이 넘은 메뉴 개발자, 윤서연. 여리고 따뜻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여자다. 자신의 것,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사람. 어릴 적부터 음식에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 간장에 마요네즈를 섞고, 라면에 된장을 풀어 넣는 엉뚱한 아이.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조합은 늘 맛있었다. 타고난 미각과 끝없는 호기심은 그녀를 완벽한 메뉴 개발자로 만들 재능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왔다. 소녀 같은 엄마를 대신해 어린 나이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손발이 퉁퉁 붓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에도 그녀는 행복했다. 첫사랑이 곁에 있었으니까. 그의 부모에게 모욕을 당하고, 협박을 받아도 버텼다. 그와 함께라면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여고 동창이 나타났다. 그녀는 서연의 첫사랑을 유혹했고, 거짓 임신으로 그를 가로챘다. 그리고 서연이 낳은 아기를 자신이 낳은 아이인 척 키웠다. 서연은 그렇게 남자도, 아이도, 그리고 절친도 잃었다. 시간은 흘러 8년 후. 서연은 더 이상 과거에 매달리지 않는다. 상처를 삼키고 살아남은 여자가 되어 있었다. 반면, 서연의 첫사랑이었던 남자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산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마음은 멈춰 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여전히 서연을 찾고 있다. 두 사람은 8년 만에 다시 만난다. 한 사람은 잊은 척 살아왔고, 한 사람은 잊지 못한 채 살아왔다. 재회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처럼 서로를 흔든다. 서연은 다시 묻게 된다.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 용서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아직도 사랑하는가.” 사랑은 복수가 될 수도 있고, 구원이 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상처받은 여자가 다시 사랑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 남자가 과거의 첫사랑을 놓아줄 용기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