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투성이인 당신을 대체 누가 사랑해 줄 것 같습니까?” 모든 불행은 그날 밤으로부터 시작됐다. 결혼식 첫날밤, 청력을 잃고 버림받았다. 정략혼 상대였던 소꿉친구는 남보다 못한 전남편이 되었고, 아버지는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래도 두 번째 결혼만큼은, 카이덴만큼은 다를 줄 알았다. 사랑에서 비롯된 결혼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사랑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서릿발 같은 음성이 머리 위로 차갑게 내려앉았다. “내가 원한 건 이레인, 당신의 신분이었어.” 돌아온 건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과 냉소뿐. 제 불행을 바라는 그와 미래를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카이덴의 잔혹함은 이레인의 미래조차 집어삼키기 시작하는데……. “차라리 매달려 보는 건 어때요?” “뭐라고요?” “아무것도 없으면 없는 사람처럼 굴어야죠. 그래야 내가 관용이라도 베풀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