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명색이 첫 경험인데 기억 정도는 나야 하는 거 아니야?’ 꼬박 두 해 만에 서울로 돌아온 어제, 준수로부터 여자가 생겼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쯤 준수에게 자신들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몇 마디쯤은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에도 없는 일을 빌미삼아 준수의 발목을 잡는 어리석은 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스물여덟 번째 생일인 오늘, 세상에서 가장 비겁하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기억하든 못하든 책임질 건 져야지.” “뭘 어쩌겠다는 건데?”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가는 데까지 가 보자.” “한준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애써 괜찮은 척 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미운 정도 정이라는데 영 어색하기야 하겠어.” “우발적으로, 기억에도 없는 섹스를 하고 말았으니 대충 사귀는 시늉이라도 하자, 이거야? 하! 미안하지만 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