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더 걷어 보는 건 어때?”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남자조차도 집안에 도움을 줄 이청 그룹의 외동아들이자 이청 건설의 상무, 류태화를 꼬셔 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세뇌와 같은 교육을 받은 하경이었다. “그러면 넘어가 줄 마음도 있는데.” 그러던 중 하경은, 우연히 찾은 휴게실에서 ‘날 유혹하고자 여기까지 쫓아왔냐’ 비꼬는 태화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만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태화가 큰돈을 투자한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 그의 사촌이자 유부남인 남자와 진득한 불륜 관계를 내보이는 게 아닌가. “아까 그 두 사람. 스캔들 터지면 신하경 씨가 책임져.” “제가 왜요?” “두 사람 관계 아는 건 나랑 너밖에 없잖아.” 이내 비밀을 지켜 주는 대가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는 태화에……. “우리 결혼해요. 원하는 거 말해 보라면서요. 제가 이 결혼을 원해요.” 언제나 소극적인 태도로 살아온 여자로선 난생처음 낸 용기였다. 숨 막히는 가족에게서 벗어날 기회라 생각해 붙든 남자가 도리어 제 세상을 흔들 걸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