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유(24세) “똑똑하게 머리에 박아 둬. 열일곱 살.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어느 날 밤, 커다란 짐 가방을 든 소년이 들이닥쳤다. “앞으로 여기서 살 거야.” 왜냐는 물음에 소년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덧붙였다. “엄마, 아빠 모두 죽었으니까. 네 탓이니까 네가 책임져.” 새벽에 깨워 햇반 심부름시키기, 하나뿐인 열쇠 들고 잠적해 복도에서 날밤 지새우게 하기, 기껏 차려 놓은 밥상 뒤집어엎기…… 심술로 똘똘 뭉친 소년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진우(17세) “용서하지 마.” 무작정 집으로 들이닥친 나를 여자는 이상하리만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할 수 있는 만큼, 맘껏 미워해.” 잠든 척하는 내게 다가온 여자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그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아프게 하고 싶었다. 상처 입히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가 싫어 심술궂은 고양이 한 마리와 산다는 여자가 자꾸만 마음을 건드린다. 원망과 미움으로 시작한 이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될지, 이젠 나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