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 줘요, 태성 씨.” 순간 태성의 머릿속은 백지 상태가 됐다. 그는 볼 안쪽을 혀로 천천히 굴리며 그녀를 향해 시린 음성을 쏟았다. “이혼? 지금 이혼이라고 한 거야?” 애써 유지했던 그의 평정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간 내색이 없길래, 그녀도 자신처럼 당연히 잊고 사는 줄 알았다. “당신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이잖아. 꼭 지켜 줘요.” 봉투 안에는 그가 직접 써서 그녀에게 건넸던 이혼 합의서가 들어 있었다. “나 간신히 1년 버텼어요. 당신 말대로 했으니까, 나머지 약속도 지켜 줘요.” “안유영. 이딴 게 정말로 지켜질 약속이라 생각한 거야?” 가까이에서 본 아내는 마치 이혼을 간절히 바란 사람처럼, 눈까지 반짝여 가며 웃고 있었다. “이혼? 감히 누구와 이혼하겠다는 거지? 건방 떨지 마.” 태성은 합의서를 집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