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집. 흉가. 또는 누군가에게는 비밀스러운 별장이었다. 그곳에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서울의 도련님. 바람 같은 시간. 한여름의 매미 소리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 그 속에 소나기처럼 찾아든 네가 말했다. "나 너 좋아해." 네가 여기서 나아갈 수 없다면, 내가 기꺼이 네 권태가 되어 주겠다고. 나도 이제,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 보려고. 틀에 박힌 듯 따분하던 삶에, 네가 또렷이 살아 맥동하고 있었다. 배 속에, 나비가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