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초빈,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차이현 이사였다. ‘개.’ ‘…네?’ ‘개. 같군요.’ 초면에 개 같다고 하질 않나, 콕 집어서 그녀한테만 야근을 시키지 않나, 냉기 폴폴 흘리며 죽일 듯이 째려보질 않나.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아마 그에게 수십 번도 넘게 산 채로 잡아먹혔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이현만 보면 달아나기 바쁘던 초빈의 인생이 크게 뒤집힌다. “사귀고 있던 거 아니었어?” “예에?” 뻔뻔하게 집 안으로 들이닥친 남자는 평소 그녀가 아는 이사님이 아니었다. 글쎄, 이 무서운 남자가 기억상실에 걸려 버렸단다. 그것도 그녀만 빼놓고 싹 다. 그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계약 연애를 시작하고, 차이현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일상을 침범하는데……. “아무 사이.” “…아, 읏.” 비상한 두뇌로 회사도 씹어 먹던 남자가 “아무것도 안 한 사이.” 기어코 나도 씹어 먹으려고 하나 보다. “맞아?” 이젠 다른 의미로 그가 무서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