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인사해라, 라비아. 네 동생이 될 사람이다.”
아버지가 어느 날 먼 친척의 아들이라며 데려온 은발의 남자.
그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갈 남자주인공이었다.
내 지위, 가문,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엑스트라에 불과한 나는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해 발악하다,
결국 그에게 죽게 될 운명이었다.
‘실은 레온타인의 먼 친척도 뭣도 아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남자주인공인 이상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은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아남기 위해 상냥한 누님을 연기하는 것뿐이었다.
“난 너와 잘 지내고 싶어, 티드웰.”
남자주인공이 의심을 거두면 곧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누님. 저도, 버리실 겁니까?”
단순히 나를 의심하는 줄 알았는데, 이 집착은 뭘까.
“이렇게 버리고 떠나려고 했으면 나를 당신 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지.”
감상평
우리 한번 제목을 성의있게 지어볼까?
<남주의 가짜 누님>은 초반 하차자가 정말 많은 소설입니다. 일단 제목부터가 저모양이고 주된 내용은 라비아와 티드웰의 기싸움입니다. 여주의 아버지를 세뇌시켜 먼 방계 친척 출신 입양아로 들어온 남주와 자신의 미래를 책의 형태로 보아 미래에 자신이 살해당할것을 깨달아 티드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위해 계략을 꾸미는 둘의 두뇌싸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뇌싸움이라고 하고 초반에는 라비아가 속절없이 속고 간파당하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거기다 인물들을 표현하는 묘사와 특정 단어들이 반복되면서 오글거리기까지 했습니다.
'나른한듯, 권태로운듯, 유혹하는듯이, 눈을 휘며, 타고난 권위 등등' 초반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잡기 위해 세뇌하다시피 저런 단어를 많이 써가면서 적어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똑똑한 척 하는 여주의 모습+반복되는 오글거리는 묘사+굉장히 느린 전개속도+흔한 로판내용이 합쳐져서 하차하고 싶은 욕구가 엄청났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가는 40화 대를 넘어가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티드웰에게 당하기만 하는 줄 알았던 여주의 행동 모두 의도적으로 이루어 졌고 남주가 당한것으로 묘사되던 사건도 실은 본인이 눈감아주면서 의도적으로 당해준 사건임이 드러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둘은 서로의 술수에 당해주는 척 하면서 서로의 마음과 의중을 떠보았고 본인 혼자서 해석한 상황에 맞춰서 계획을 수정하고 진행합니다. 혼자 캐해석하다 망한 두사람. 제발 대화란걸 하자
두 사람의 관계를 햄릿과 리어왕 처럼 비극으로 끝나는 고전소설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두 사람의 애증과 비틀린 사랑을 표현합니다. 고전소설의 응용이 많기 때문에 독백이 많고 대화에서도 꼬인 대화를 해서 후반부도 취향이 많이 갈릴 타입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둘의 관계는 점점더 꼬이고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파멸에 치닫기 때문에 도대체 128화라는 분량 안에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지을까 궁금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열린엔딩입니다. 해피나 새드 판별할 것도 없이 그저 열린엔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애증으로 끝난 엔딩 덕분에 흔한 로판웹소설 같이 않아 더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깎일 바엔 꺾일 것이다.
네가 꺾어 간, 내 욕망이 바랐던 내 삶. 나의 미래.
나의 레온타인.
나는 깎일 바엔 꺾일 것이다.
네가 꺾은 걸 네게 주마. 네가 꺾어 간, 내 욕망이 바랐던 내 삶을 들고 어디 한번 잘 살아 보렴.
네 이기심이 망가뜨린 것들이 내 유품이란다."
102화 중 라비아
"그러니 이것은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다.
라비아. 간청하건대,
"내 눈이 닿지 않아도 떠나지 마십시오."
내 눈이 닿지 않을 때 꼭 떠나가 주십시오.
나는 당신이 남긴 삶을 부어잡고 버틸 테니.
부디 당신은 나 없는 삶을."
126화 중 티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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