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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ㅡ 혼령의 괴수와 혼돈의 시공간

10승인 2025-12-07 08:13:19 무간중심부의 심장, 그 끝없는 어둠의 회랑 속에서 바람조차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오래 전 봉인된 마신들의 숨결, 그리고 원한의 그림자가 혼재한 곳. 바닥은 검은 수정처럼 빛을 삼켜내고, 벽마다 흐르는 기묘한 문양은 살아 움직이듯 불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박해온은 손에 쥔 광명지화의 불꽃을 조심스럽게 밝혀 들었다. 그 빛은 단순히 주위를 밝히는 불만이 아니라, 그의 영혼과 맞닿아 정화와 치유의 힘을 발산하는 영혼의 불꽃이자 불빛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빛조차 왜곡되어, 마치 검은 안개가 끊임없이 파고들어 불꽃을 꺼뜨리려는 듯 일렁였다. “여기는… 그냥 무간의 공간이 아니군요.” 박해온이 낮게 속삭였다. 옆에 선 천성대장 미카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맞다. 천계 '무간의 서'에 적혀 있던 구절이 떠오는군. ‘무간 심연의 어둠, 그 끝없는 근본은 하늘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다.’… 아마도 여기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본(本), 근원의 그림자인 것이다.” 미카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땅 속 깊은 곳에서 둔탁한 울림이 퍼졌다. 벽의 문양이 붉게 달아오르며, 수많은 그림자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과거 봉인된 악귀들의 원혼, 9차원 구천의 검은 신명에 종속된 악의가 가득한 악기로 이루어진 혼령들이었다. 그림자 혼령들의 군세는 거센 밀물의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의 눈은 붉게 타올랐고, 손끝마다 칼날 같은 어둠이 뻗어나왔다. 실제 살아 있는 육신은 없었지만, 그 어둠의 힘은 실체를 가진 것보다도 훨씬 더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이곳을 쉽게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는군.” 아버지 정해솔이 청림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그 눈빛에는 결연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천성대장 미카엘이 호령했다. “대열을 지켜라! 흐트러지면 삼켜진다!” 박해온은 광명검의 광명지화를 활짝 펼쳤다. 그의 불꽃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을 내며 군세를 맞았다. 그러나 이 무간중심부 심연의 원혼들은 단순히 정화의 불꽃에 소멸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불꽃의 빛을 삼키며 분열하고, 더 많은 형체로 갈라져 나왔다. “저 악기 가득한 원혼들은 그냥 광명지화의 불로는 안되는군…!” 박해온은 곧바로 자세를 고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힘을 끌어올렸다. 그가 터뜨린 주문은 천부경의 또 다른 구절과 이어져 매우 강화되었다. “일적십거(一積十鉅)!” 광명지화의 불꽃은 한순간 열 배로 확장되며, 번개와 같은 섬광이 뻗어나와 어둠의 심연을 갈랐다. 빛의 파동이 일순간에 수백의 그림자 원혼들을 꿰뚫고, 그들의 형체를 소멸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가 아니었다. 원혼들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금 심연의 어둠이 응결했고, 이번에는 더 거대한 그림자 한 덩어리가 태어났다. 그것은 흡사 하나의 군세가 아닌, 집단의 악의와 악기가 융합된 거대한 그림자 혼령의 괴수였다. ........... 계속 연재중이니 관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 십승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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