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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납치 비즈니스

금석강 2026-03-23 09:20:59 38화. 납치 비즈니스 * * * 눈을 떴지만, 복면으로 얼굴 전체가 완전히 가려진 상태라 쿠로바킨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프랑스어 몇 마디를 하면서 쿠로바킨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아프리카 언어로 누군가 뭐라고 소리 질렀다. 느낌에 욕설인 거 같았다.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왔다. 바로 옆에서 택시 운전기사가 매우 서툰 영어로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참으라고 쿠로바킨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 * 스트라파 장군의 반군 부대에 있던 일부 병력을 규합해 이탈한 무리가 있었다.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의 장교가 리더였다. 스트라파 장군의 노선에 불만을 품고 독자적으로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선 이탈 병력은 가브리엘 외에도 여러 무리가 있었다. 가브리엘도 그중 하나였다. 원래 스트라파 장군 휘하의 패잔병 규모는 5천 명도 넘었으나 계속 이탈해 병력이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천명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쿠로바킨은 가브리엘 장교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의 공격을 받고 도로 위에서 납치된 거였다. 가브리엘 장교는 주로 외국인들을 납치해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납치 비즈니스]로 자신의 부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쿠로바킨이 납치된 날, 공항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 쿠로바킨이 타고 있던 택시를 포함해 그 앞뒤로 차량 6대가 모두 가브리엘 장교의 부대원들에게 습격당했고, 외국인 7명과 콩고인 10명이 납치되어 끌려왔다. 납치된 다음 날부터 복면은 벗겨주었고 손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바로 본론 얘기가 나왔다. [몸값]이었다. 콩고인들부터 몸값 흥정이 시작됐다. 그런데 쿠로바킨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은 [아프리카 반군/납치/몸값] 등의 단어들에서 떠오르는 무서운 이미지와는 무척 달랐다. 몸값을 깎아달라며 시장에서 과일값 흥정하듯 책임자로 보이는 군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납치된 콩고인들은 이런 일을 직간접으로 보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몸값을 정하는 자기 차례가 오면 오히려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돈이 입금되는 대로 바로 풀려났다. 몸값이 정해지면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서 또는 회사를 통해서 돈을 보내오면 되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사람이 직접 현금을 들고 어디로 와서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핸드폰의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송금하면 바로 끝났다. 그러면 가브리엘의 부하들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음반다카]의 [엠페사 대리점]에 들러 돈을 찾았다. 이렇게 보내올 수 있는 돈은 한 번에 7백 달러 미만이었다. [엠페사]라는 송금 서비스의 한도가 7백 달러까지였다. 그리고 7백 달러를 1회 한도로 하여 하루에 5회까지만 송금이 가능했다. 7백 달러를 보내고 나면, [엠페사 대리점]에 다시 예치금을 넣어야 했다. 한 번에 최대로 예치 가능한 금액도 최대 7백 달러까지만이었다. [엠페사] 서비스는 돈을 보내는 사람만 확인하고 받는 사람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납치범들 입장에서 은행보다 훨씬 안전했다. 이건 풀려난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거였다. 풀려난 사람들이 신고하더라도 돈이 흘러간 쪽을 경찰이 찾아내기 어려웠기에 신고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납치범들은 인질을 풀어준 다음 보복성 2차 가해를 하지 않았다. 신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점이 중요했다. 이런 의미에서 엠페사 송금 서비스는 납치범들과 인질들 양쪽 모두에게 좋은 시스템이었다. 인질의 몸값이 [엠페사]의 하루 최대 송금 액수인 3천5백 달러 이하로 대부분 흥정되었다. 수십만 달러나 수백만 달러가 아니었다. 액수마저도 납치된 콩고인들은 적극적으로 깎아서 대부분 1천 달러나 2천 달러에 합의를 보았다. 쿠로바킨의 택시 운전기사는 1천 달러도 없다며 더 깎아 600달러만 주고 풀려났다. 납치되어 끌려온 직후 이젠 죽었구나 했던 공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반군 게릴라 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식의 [납치 장사]를 쿠로바킨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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