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원수에서 가족〉은 피보다 깊은 상처와 원망보다 어려운 용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다. 30년 동안 ‘원수’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증오해 온 두 집안은 사실 진실이 아닌 오해와 침묵, 그리고 누군가의 비겁한 선택 위에 세워진 관계였다. 이 작품은 복수를 위해 살아온 인물들이 진실을 마주하며 깨닫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인가 선택인가, 아니면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인가.” 상처는 단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선택하는 순간 사람은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갈등을 봉합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과정 자체를 그려낸다. ‘패밀리 메이크업’이라는 장르처럼, 이 소설은 무너진 가족을 다시 꾸미는 이야기이자 증오로 굳어진 관계를 사람으로 되돌리는 휴먼 드라마다. 줄거리 30년 전, 한 사건을 계기로 두 집안은 돌이킬 수 없는 원수가 된다. 한 집안은 모든 것을 잃었고, 다른 집안은 가해자의 낙인을 쓰고 살아왔다. 진실은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았고, 어른들의 침묵은 아이들에게 증오만을 유산으로 남겼다. 세월이 흐른 뒤, 우연처럼 보이지만 운명처럼 얽힌 만남으로 두 집안의 다음 세대가 마주하게 된다. 서로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불행의 증거로 여긴 채 상처를 건드리고, 오해를 키우며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하나둘 드러나는 과거의 조각들 속에서, 30년 전 사건의 진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했고, 누군가는 침묵을 선택했으며, 그 결과 두 집안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는 잔인한 진실. 복수만을 삶의 이유로 삼아온 인물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제 와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오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같은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마침내 모든 오해가 풀린 뒤에도 상처는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며, 누군가는 가족이 아닌 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낸다. 원수로 시작된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어색하고 불완전한 동행으로 바뀌고, 끝내 두 집안은 하나의 이름 아래 묶인다.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라, 선택으로 완성된 가족. 〈원수에서 가족〉은 그렇게 다시 태어난 가족의 이야기다.